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어떻게 읽을까

철새는 별과 태양뿐 아니라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합니다. 크립토크롬과 라디칼쌍 가설이 무엇을 설명하며, 아직 어떤 질문이 남아 있는지 살펴봅니다.

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어떻게 읽을까
철새의 자기수용은 행동 실험으로 확인됐지만, 감각 기관과 분자 메커니즘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AI 생성 이미지.

작은 새 한 마리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처음 가는 길인데도 계절이 바뀌면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간다. 태양과 별, 지형과 냄새가 길잡이가 되지만 흐린 밤이나 낯선 지역에서도 방향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철새에게는 인간이 직접 느끼지 못하는 또 하나의 단서, 지구 자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을 자기수용이라고 한다. 새뿐 아니라 바다거북, 연어, 곤충과 일부 포유류에서도 자기장에 반응하는 행동이 관찰됐다. 그러나 눈이나 귀처럼 기관이 뚜렷하지 않아,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무엇으로 어떻게 느끼는가”를 추적해 왔다.

지구 자기장은 보이지 않는 좌표계다

지구 자기장은 장소마다 방향과 세기가 조금씩 다르다.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수평 방향뿐 아니라 자기력선이 지표면과 이루는 기울기, 즉 복각도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철새는 이 차이를 이용해 대략적인 진행 방향을 정하고, 일부 동물은 자기장의 세기와 기울기를 조합해 자신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도 추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자기 나침반자기 지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침반은 북쪽과 남쪽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정하는 기능이고, 지도는 현재 위치가 목표 지점의 어느 쪽인지를 판단하는 기능이다. 행동 실험은 두 기능이 모두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같은 감각 기관이 두 역할을 맡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의 눈에 자기 나침반이 있을까

가장 유력한 설명 가운데 하나는 눈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이다. 크립토크롬은 푸른빛을 흡수하면 전자의 스핀 상태가 연결된 두 분자, 이른바 라디칼쌍을 만들 수 있다. 아주 약한 지구 자기장도 이 반응의 결과에 미세한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가 신경 신호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이 라디칼쌍 가설이다.

2021년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밤에 이동하는 유럽울새의 크립토크롬 4가 자기장에 민감한 광화학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실험실에서 확인했다. 같은 연구에서 철새의 단백질은 이동하지 않는 새의 단백질보다 자기 민감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크립토크롬 4가 센서 후보라는 강한 증거지만, 살아 있는 새의 눈에서 이 반응이 실제 방향 정보로 바뀌는 전 과정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보는’ 감각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라디칼쌍 메커니즘이 시각계에 연결돼 있다면 새가 자북 방향을 화살표처럼 보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시야 위에 밝기나 색, 대비의 미묘한 무늬가 겹쳐지고, 머리를 움직일 때 그 무늬가 변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알아챌 수 있다는 모델이 제시된다. 우리가 편광 선글라스를 돌릴 때 하늘의 밝기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감각일 수 있지만, 이것은 아직 인간이 번역한 비유다.

철새의 자기 나침반이 빛의 파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행동 실험도 이 설명과 잘 맞는다. 유럽울새와 같은 일부 새는 특정한 짧은 파장의 빛 아래에서 정상적으로 방향을 잡지만, 조건이 달라지면 혼란을 보인다. 또한 이 나침반은 자석처럼 ‘북극’을 찾기보다 자기력선의 기울기를 구분하는 경사 나침반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리 속 자철석 가설은 사라졌을까

또 다른 후보는 자철석 같은 철 기반 입자다. 자기장에 따라 물리적으로 힘을 받는 입자가 신경 말단을 자극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새의 윗부리에서 특정 철 함유 세포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주목받았지만, 후속 연구에서 그 세포가 감각 뉴런이 아니라 면역세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철 기반 감지 메커니즘 전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Royal Society의 자기수용 종합 논의처럼 연구자들은 빛에 의존하는 나침반과 철 기반 수용기가 서로 다른 정보를 담당할 가능성을 계속 검토한다. 감각 위치와 신경 경로를 직접 확인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다.

무선 주파수가 방향 감각을 흔드는 이유

라디칼쌍은 양자역학적 스핀 상태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정한 약한 무선 주파수 잡음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인공 전자기 잡음이 새의 자기 나침반을 방해한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도시 전자기 잡음과 유럽울새의 방향 감각을 다룬 Nature 연구는 차폐했을 때 방향 감각이 회복되는 현상을 보여줬다.

이 결과는 라디칼쌍 가설과 잘 맞지만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실험실 조건, 주파수 범위, 새의 종과 동기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자연환경의 실제 노출 수준이 이동 성공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철새는 자기장 하나만 믿지 않는다

동물의 항법은 하나의 센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GPS가 아니다. 어린 새는 유전된 이동 방향을 바탕으로 비행하고, 경험 많은 새는 태양과 별, 지형, 냄새, 바람, 자기장을 함께 사용한다. 단서가 충돌하면 상황에 따라 신뢰도를 조정하고, 일몰 무렵 하늘의 편광 패턴을 이용해 자기 나침반을 보정하기도 한다.

Science에 실린 새 항법 연구는 냄새 정보가 장거리 위치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감각이 부차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불완전한 단서를 결합하는 능력이 장거리 이동의 안정성을 만든다.

아직 풀리지 않은 핵심 질문

자기수용 연구의 가장 큰 과제는 수용기에서 행동까지 이어지는 사슬을 완성하는 것이다. 어떤 분자가 자기장에 반응하는지, 그 반응을 어느 신경세포가 읽는지, 뇌의 어느 회로가 지도와 나침반 정보로 해석하는지를 한 동물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를 구분해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행동 실험으로 확립돼 있다. 크립토크롬과 라디칼쌍은 빛에 의존하는 나침반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센서인지, 자기 지도를 어떻게 구현하는지는 아직 미해결이다.

철새의 항법은 생물학이 물리학을 사용하는 놀라운 사례다. 새는 자기장 선을 눈으로 직접 보는지도, 별도의 감각으로 느끼는지도 아직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지구의 구조를 몸속 화학반응과 신경계가 읽어 여행의 방향으로 바꾼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해 보이는 새의 비행은 충분히 경이롭다.